안녕하세요, 레전드 박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라싸에서 머문 마지막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다소 무겁게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본 글을 작성하는데 제 본래 의미가 잘 전달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이틀을 내리 고민하다가 어렵사리 글을 써봅니다. 본 글의 핵심은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면 그다음에 나 자신이 어려운 지경에 처했을 때,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는 세상 진리에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우리 독립운동가 선배님들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왔던 것이 인정받을 수 있었고 그런 적극적인 투쟁을 다른 나라 사라들도 이해하고 도움을 주어서 2차 대전이 끝나고 독립국으로써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6.25 한국전쟁 때에는 정말 여러 국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었기에 비록 반쪽짜리나마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있고, 오늘날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 현재 미얀마, 우크라이나, 이란 등등 많은 국가의 국민들이 각각 탄압 주체는 다르지만, 힘겨운 상황에 맞닥뜨려 있는 상황입니다. 언뜻 상관없어 보일 수 있으나 대지진 같은 압도적인 자연재해의 피해도 그 이면에 있는 독재정권의 폐해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민에 이르기까지 서로 돕고 살면 좋겠습니다. 강자는 약자를 억압한다. 천 년 전에도 천년 후에도 이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유언처럼 늘어놓고 최후를 맞이한 한 드라마 악역이 생각납니다. 틀렸습니다. 네가 없이는 나도 없습니다.
박물관, 프로파간다의 전형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은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꼭 만나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박물관입니다. 전반적인 현지 사회와 역사를 전시물들과 더불어 훑어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만 여행지에서 놀 시간조차 아까운 분들은 당연히 지나쳐도 무방한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현지인들의 전반적인 역사를 알고 싶었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깊은 저로서는 과거를 교훈 삼아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삶의 나침반으로 삼기에 역사 자료만큼 훌륭한 교재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중국 영향 아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전시물들에 대한 설명은 중국어와 영어로 되어 있었습니다. 가볍게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둘러보았습니다. 춘절 기간이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박물관 입장료는 없었습니다. 그보다 지금은 그 박물관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를 일입니다. 15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기로 한자로 '서장박물관'이라 쓰여있는 이곳은 여느 박물관과 같이 전시물들이 유리 벽 사이로 전시되어 있고 설명문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티베트인들의 전통 사료는 생색내기에 불과할 정도로 볼품없을뿐더러 적게 배치되어 있고, 외부인들이 티베트 사회를 미개하게 볼 수밖에 없는 자료들이 태반이며 그 나머지는 중국과 관련된 자료들이었습니다. 흑백사진으로 누군가를 열렬히 환영하는 듯한 티베트인들을 배경으로 사람 좋은 표정의 환한 웃음기를 보이며 악수하는 중국 측 일행들의 사진은 점령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유물은 인간의 피부를 벗겨 무언가로 만들어 놓은 것을 전시했는데 그 참 뜻을 소개하는 것은 제외하고 그저 종교의 오래된 폐 악습으로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는 본인들이 미개한 한 사회를 문명 개화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했다는 것으로 비치길 바라는 것인데, 2023년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중국 내 주요 티브이 드라마가 1930년대에 일본군과 싸우는 내용이 주를 이룰 정도로 본인들이 당한 침략의 역사에는 이를 갈면서 정작 자신들이 똑같은 행동을 해서 다른 민족을 핍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뻔뻔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 잃은 울분은 타는 목마름입니다.
라싸에 머물면서 한가로이 도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사실 며칠간은 가슴 졸여야 했습니다. 잊고 있었는데 저는 '여행허가서' 없이 불법 월경한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언제라도 적발되면 추방될 수 있는 처지였습니다. 떠나기 며칠 전에서야 '볼 것 다 봤으니 네놈들 알아서 해라.'라는 식으로 마음껏 돌아다녔던 것이었습니다. 때는 춘절 기간이었고, 거리는 온통 빨간색 물결이 치고 있었습니다.
라싸 시내에 있는 외국인들을 한 지역 유지로 추정되는 티베트인 한 분이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그 초대에 응해 가보니 한눈에도 부티가 흐르는 티베트 전통 복장을 한 중후한 신사 한 분이 인자한 웃음으로 맞아주시며 자리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다들 어디에 있었는지 그 자리에는 많은 외국인이 있었습니다.
주최 측에서 귀한 술과 음식을 아낌없이 내어주셔서 한참이나 웃고 떠드는 흥겨운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 자리에 나온 술 이름은 '참'이라 하며 맛은 우리의 막걸리와 정확히 일치해서 무척이나 반가워 넙죽 마시다 보니 어느새 불콰해져 저도 나른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같이 자리한 영국인지 미국인지 한 외국인은 '참'에 취해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감싸며 'oh, f**k'을 남발했고, 스페인에서 오신 빈센트 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은퇴 후, 이곳으로 여행을 오셨는데 술에 취해 초면인 저와 형제의 연을 맺던 중이었습니다.
각자 취해 흐트러진 모습들을 추억에 저장하듯 바라보고 있는 차에 갑작스러운 통곡 소리에 놀라 그쪽을 돌아보니 우리를 초대해 준 신사분께서 술에 취해 크게 울며 탄식하고 있었습니다. 티베트는 침략당해 많은 사람이 괴롭게 살고 있다. 나는 침략해 온 그들이 싫다며 연신 눈물을 쏟아내었고 결국 지인들의 부축을 받아 자리를 뜨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그 장소의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즐겁게 자리를 즐겼는데 호스트와 가까이 있던 사람들, 특히 제 룸메이트를 포함해 한국에서 온 친구들은 더욱이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호스트의 비통함에 공감하듯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를 초대해 준 그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감정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겨진 것은 그만큼 강렬했던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티베트 체류 내내 의아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많은 티베트인이 호의를 가지고 저를 대해주기는 했지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려고 하면 알 수 없는 경직됨 또는 경계심을 느낄 수 있었는데 티베트인들이 외국인과 접촉하는 것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많은 감시가 이루어지며 개별적으로 집에 초대한다는 등의 행위는 당국의 주목을 받아 그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데 그만큼 제약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외국인을 대거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는 것은 그가 이 지역의 유력한 인사라는 것인 동시에 중국정부에 매우 반감을 가진 이라고 추정됩니다. 이런 정도의 탄압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직전, 그러니까 외국 언론의 눈치를 최대한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의 당시가 이러할 정도니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는 지금은 신장 위구르 지역 주민들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체포, 불법으로 잡아 가두어 강제 사상교육과 전향, 구타 등 각종 인권탄압 행위가 얼마나 어떻게 되는지 알 길이 없다고 합니다.
한 언론의 드론에 의해 찍힌 영상을 참고하면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삭발 머리에, 눈은 가려지고 두 손은 등 뒤로 결박되어 머리를 숙인 채 어디론가 이동하려 기차역 광장에 줄지어 앉혀 기다리는 많은 사람의 경악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처음에는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하다가 이들의 존재가 확인되자, 그들은 평범한 주민이 아닌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테러리스트이며 이런 이들조차도 교화시키고자 국가에서 감싸 안고 공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이들이 '직업학교'에서 전문 교육을 받고 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하지만, 불법 구금의 피해자들이 서방으로 피신하여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구금되어 수갑에 채워 결박된 수용 생활에 살이 급격히 빠진 한 남성 모델의 모습, 여성 수감자들에 대해서는 본 글에 차마 옮기지 못하는 각종 인권탄압 등의 경악스러운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중국 정부는 부인하는 등 서로 간에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방송에서도 다큐멘터리로 이들 직업학교를 취재했으나 방송내용이 의문투성이고 인터뷰를 제한하는 등 더욱 중국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2023년 현재 티브이 드라마의 내용 중 7, 80년 전 일본군과의 전투 장면이 상당한 부분 채워질 정도로 본인들의 피해의식은 상당한 데 반해 본인들이 똑같이 다른 이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비판하면 소위 내정간섭이라 일축하며 정보 공개조차 투명하게 하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해야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렇듯 여행하는 것 자체도 좋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는 모두가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한 번쯤은 핍박받는 형제들에 대한 진지한 생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세계시민 모두가 평등한 가운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타는 이 목마름이 해갈되기를 기대합니다. 라싸에서의 이야기는 이번 화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다음 화부터는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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