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레전드 박입니다. 제 세계일주의 첫 스테이지, 티베트 여행도중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기억나는 것 위주로 글을 작성하다 보니 진작에 기억이 더없이 생생할 때 기록으로 남겨두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앞섭니다.
지금이라도 기록함을 다행으로 알고 전편에 이어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중국 춘절, 가능하면 한 곳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현지 사정에 대해 한두 번이라도 여행시기를 앞뒤로 해서 현지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느 나라나 그들 고유의 '명절'이 있을 것입니다. 기독교 문화에 기반한 '추수감사절', 이슬람 문화에 기반한 '라마단', 그리고 유교 문화에 기반한 중국의 '춘절'
이 기간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각자 고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각종 교통수단의 표가 매진되어 아예 이동할 수 없을 정도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라싸행 기차표를 살 때에만 해도, 중국이라 사람이 많아 매표소에도 줄이 긴 줄 알았는데 꼭 그렇다기보다는 명절이 겹쳐 줄이 길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일주일정도 고산증세에 적응도 할 겸 머물었던 라싸를 슬슬 벗어나보려고 했지만 어이없게도 표가 없다는 말을 들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시간에 한도를 두고 떠나온 여행이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곧 다가올 학생비자 기간이 만료된다는 아주 약간의 초조함은 있었습니다. 이 초조함 때문에 겪은 큰일 날 뻔한 상황 또는 덕분에 경험할 수 있었던 황홀한 추억은 다음 에피소드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꼭 기억하세요. 티베트 여행, 아니 중국 다른 지역에라도 여행할 일이 생긴다면 춘절 기간은 어지간하면 피하거나 어쩔 수 없이 일정이 잡힌다면 한 곳에 머무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동하기 매우 힘들고 비용도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티베트에는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있다.
할 일 없이 라싸에서 며칠을 더 머무는 동안, 차갑지만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눈을 떠 건물 옥상에 오르면 저를 반겨주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바로 병풍 같은 산맥들에 빙 둘러싸인 멋진 풍경인데 그것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명상이 되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풍경입니다. 눈부시게 푸른 아침, 눈 덮인 산맥들의 저편에서부터 하늘이 빨갛게 물들어 오는 장면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추위에 떨며 바라보는 일출을 보는 감정과 같거나 혹은 그보다 더한 감동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앞에 서서 보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라싸의 포탈라궁의 위풍당당한 모습도, 글자를 모르는 이가 한 바퀴 돌리기만 해도 경전 한 번을 읽은 것과 같다는 마니차를 묵묵히 돌리는 남녀노소 현지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도, 티베트 글자를 모르는 제가 역시나 한 바퀴 걷는 것만으로도 경전을 한번 읽은 덕을 쌓는다는 바코르광장을 거닐 때도, 현지인들이 조캉사원 앞에 오체투지로
절을 하며 정승스럽게 기도를 올리는 모습, 길거리 제단에서 자욱이 피워 올리는 향 내음과 매캐한 연기를 들이마실 때에도,
마지막으로 늦은 밤 낮은 음성으로 묵직하게 들리는 불경 외는 소리와 버터향 가득한 촛불들의 향연을 보고 포근히 잠자리에 들 때에도
그 땅이 주는 영험함이 오감을 통해 전해져 오는 듯한 경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한 포기 잡초에서부터 라싸 시내 외곽을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이르기까지 영적인 허와 실 모두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 작가가 쓴 인도 여행기를 보자면 '영혼의 땅'과 같은 표현이 나오는데 제 주관으로 미루어 볼 때, 티베트만큼 그러한 정서를 느낄 만한 곳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티베트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다.
네, 티베트도 사람 사는 곳이었습니다. 티베트에 머무는 동안 수유차를 많이 마셨습니다. (실제 수유차는 해장도 됩니다.)
그리고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만들어 내어 술을 마셨습니다. 그중에서 기억나는 술집이 두 곳이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옛날식 꼬치구이집과 왠지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나이트클럽입니다. 꼬치구이집은 늦은 밤 산책 길에 발견했던 곳인데 그때 먹었던 양꼬치와 맥주 한잔의 기억이 너무 좋아 지금도 꼬치구이라면 그냥 떡을 구워도 맛있게 잘 먹습니다. 물론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옆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던 형님 두 분, 주인장과 함께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날 밤의 기억, 비록 연필만 한 길이의 손가락 두 마디만 한 굵기였지만 확실한 불맛이 배어 입에서 살살 녹던 양꼬치의 추억은 기억에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음 소개할 곳은 나이트클럽입니다. 영험한 기운이 깃든 땅인 이곳 티베트에서도, 라싸에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나이트클럽이 있었습니다.
2023년도 현재에는 더욱 발전해서 세속 문화가 한족의 물결과 함께 더 많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여기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고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해서 전화국도 있고 우체국도 있고 각종 상점과 식당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의 단편적인 것만 알고 있는 저로서는 '신비스럽고 비밀스러운 땅'에서 나이트클럽을 보고 나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룸메이트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려 각자 돈을 모아 나이트클럽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과연 신나는 음악과 술과 방탕함이 있는 유흥의 대명사인 나이트클럽이 맞나 싶었습니다. 테이블이 둘러진 가운데, 무대에서의 기차놀이와 같은, 점잖은 춤사위에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세속에 물든 제 자신을
질책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우연히 현지 친구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 운명의 여인인 듯합니다. 수수한 외모지만 그 숨길 수 없는 미모와 풍만한 몸매를 봅니다. 정작 그녀는 우리에게 관심도 없는데 같이 간 룸메이트와 서로 그녀에게 잘 보이려 경쟁을 벌입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 편, 나이트클럽 한편에 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경비라고 해야 할지, 현지 군인일지 하는 일단의 무리가 도열해 있는
그림은 매우 어색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트클럽에 주둔 중인 경찰인지 군대인지 모를 병력이 있다는 것은 차마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그 이유라는 것은 뻔하게도 현지 주민에 대한 감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규모 회합장으로써 나이트클럽이 가지는 장소의 특성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중국정부의 지나친 조바심이었으리라 판단됩니다.
뭔가 낯선 기분이 들었지만 현지인들 틈에 섞여 신나는 티베트 전통음악을 들으며 강강술래도 하고, 제 어설픈 춤동작에도 까르르
웃어주는 착한 친구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나이트클럽의 존재를 보면서 어쨌든 티베트도 현대인이 살아가는 도시라는 것을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이번화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좋은 하루.. 를 만들 수 있는 당신이 되시길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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