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를 샅샅이

우직한걸까? 미련한걸까?(티베트불교를 보며)

 오늘은 종교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 같아 뭔가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티베트 불교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무교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니 혹시라도 종교인들은 이런 저에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도하는 할머니(오체투지, 조캉사원, 라싸)
할머니, 내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2007)

 

티베트인들의 숭고한 종교의식에 대한 이해

 3화에 잠시 바코르 광장에서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을 언급했습니다. 이슬람교 교인들은 평생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에 가봐야 하는 것이 목표이자 바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티베트불교를 믿는 사람들 역시 적어도 한 번은 라싸까지 성지순례를 하는 것을 목표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이들은 각자 출발지에서 삼보일배를 하며 라싸까지 온다고 하니 기차를 타고 50시간이나 걸려서 라싸에 도착한, 종교가 없는 저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바코르 광장에 나가보면 하루에도 수십 명이 완전히 납작 엎드려 이마까지  땅에 밀착하여 가장 겸손한 방법으로 절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체력적으로 소비가 엄청난데 삼보일배로 여기 라싸까지 온다고 하니 더더욱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만약에 정말로 그런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정성 앞에 저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가끔 사람들을 속이며 구걸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수행자들에게 얼마간의 돈을 기부하고 있었습니다. 제 좁은 소견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마치 그들이 멀리서 여기까지 그런 수행을 하며 온 것인 양 사람들을 속이고 있지는 않을까 했던 것이고, 이는 진심을 담아 수행했던 그들의 정성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 같아 지금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신성시 여기는 포탈라궁과 조캉사원 등 앞에는 매일 수많은 이들이 절을 하며 정성을 다합니다. 그 모습이 참 인상 깊었는데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허락을 구하면 좋지만 그들이 행하는 종교의식을 방해할 수는 없었고, 혹시나 그분들이 불편해할까 하여 본의 아니게 멀리서 망원렌즈로 촬영하고는 했는데, 일부 관광객들은 그들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바로 코앞에서 촬영을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 종교의식을 행하는 그들을 보며 참으로 본인들의 종교에 진지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매일 그들이 절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생각나는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이 영화는 어릴 적 석가탄신일 특집으로 보여준 한국의 국보인 팔만대장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나라에 해적이 들끓어 위기에 처하자 많은 고려 사람들이 부처님께 평화를 빌기 위해 경전을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경전을 만들면서 지쳐 쓰러져 죽고, 해적들에 의해 희생되면서도 팔만장에 이르는 불교 경전을 나무판에 새기는 것을 완성해 내어 그 큰 종교의 힘에 감동받은 부처가 해적들을 교화하여 전쟁을 멈추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다는 내용입니다. 오래된 영화라 현대인이 보기에는 다소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티베트식 불교 수행을 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면 그때 그 영화가 생각납니다. 현실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신 또는 부처에게 구원을 기대하며 기도한다고 해서 당장 눈앞에 있는 간악한 적들의 시퍼런 칼날이 본인 자신과 가족에게 해를 입히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평화를 기원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티베트불교를 향한 이들의 깊은 불심을 보자면 그 경건함에 숙연해짐도 있지만, 외세의 침략이 나의 조국과 나의 동포들을 70년이 넘게 유린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강한 적이기에 일개 종교에 평화를 비는 것만이 일개 시민으로서 항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하여 쓰디쓴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편협한 생각이 저의 왜곡된 생각이기를 바랍니다.

 

 제가 존경하는 극진공수도 창시자 최영의 총재님께서는 '정의가 없는 힘은 폭력이며,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티베트인들이 무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의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역사와 매우 비슷한 부분이 있으며, 그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런 생각이 드는가 봅니다.

 

 그들이 행하는 종교의식 자체만 보고 있으면 숙연함을 넘어 고결함 마저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밤에 바코르광장을 나가보면 바람에 일렁이는 촛불들의 파도를 볼 수 있는데 거기에 더해 어디선가 들려오는 스님들의 불경 읊는 소리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이들의 종교의식을 보고 내 삶에 대입해보고자 한다면, 비록 환한 해답을 얻지는 못해도 영혼이 맑아지는 경험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 영향과 정치적 상황 등의 이유로 지금은 더욱 찾기 쉽지 않은 곳이지만 티 없이 맑음이 있는 티베트인들이 내내 평안하기를 바라면서 언젠가 꼭 한번 더 그 거리와 그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