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레전드 박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첫 여행기의 뒷부분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25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하려니 민망함이 몰려옵니다. 남의 여행기가 나와 무슨 상관이겠느냐 하시겠지만 이렇게나마 기록을 남겨두면 분명 누군가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언제라도 꺼내어 볼 수 있는 추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작성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산에 가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가면 지혜를 얻는다는 지리산. 17세 고등학생은 지리산을 통해 분명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나이 40을 넘긴 지금도 워낙에 아둔한 놈이라 매번 뉘우침과 잘못을 반복하는 처지이지만 그때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정진한다면, 어느 길로 가나 목표를 향한 집념과 함께 행동으로써 실천한다면 어떻게든 자신이 목표한 대로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산이란 것이 왜 좋은지 이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산은 오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산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산은 바라보는 것이지, 어차피 내려올 거 뭐 하러 올라가느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어차피 내려올 것을 뭐 하러 올라가느냐 묻는다면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온갖 나를 어지럽히던 생각들은 산을 오르는 과정의 신체적인 고통 속에 천천히 내 마음 밖으로 빠져나가 나 자신은 오직 산에 오르는 것에만 온 마음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명상 상태에 이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하고 문득 고개를 들어 내 발아래 펼쳐진 장쾌한 풍경을 바라보자면 답답한 마음이 탁 트임을 느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산을 찾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산을 내려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듭니다. 바로 집으로 가기에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땅끝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진주에서 해남으로 향합니다. 해남에 땅끝마을이라는 곳이 있는데 우리나라 한반도에서 가장 끝에 있다는 그곳으로 향합니다.
땅끝마을에서 덜덜 떨게 된 사연(종교의 순기능)
해남에 도착하여 땅끝으로 향합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비록 지금 현재 북쪽은 가지 못하지만 최소한 남한 땅 구석구석은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은 이때부터 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땅끝 기념탑에 도착해 바다를 바라봅니다. 땅끝이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 해안의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바위 위에 올라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끝을 밟아본 사람이다.'라는 유치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차피 오늘은 어디든 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버스가 끊겨서 어디로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까짓 거 해변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기로 합니다. 분명 따스한 봄날씨 같던 오후였습니다. 해가 지고 밀물이 시작되자 거센 바람과 파도가 해변에 들이닥칩니다. 가진 옷을 모두 꽁꽁 싸매 입었지만 점점 손가락부터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의 저는 참으로 미련한 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배짱으로 한겨울 바닷가에서 노숙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윗니와 아랫니가 딱딱하고 부딪히는 극심한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때에, 낡은 교회 건물이 보여 염치 불고하고 자정이 넘은 시각에 문을 두드려 하룻밤을 청합니다. 여성 전도사님이 잔뜩 경계하며 나오셨습니다. 이를 딱딱 부딪히는 딱한 모습을 보고는 고맙게도 안으로 청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올리고 예배당 안에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완전히 따듯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바깥보다는 집안이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밥은 먹었느냐 물으시기에 아직 먹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니 따듯한 떡국을 한 사발 내어주셨습니다. 떡국을 좋아합니다. 떡도 떡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만두를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때 그 떡국에는 오직 하얀 떡만이 가득 들어 있는 매우 밋밋한 맛이었는데도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담백한 맛'이 제일 정확할 것 같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산에 들어가서 수련할 생각으로 목검을 하나 챙겨갔었습니다. 전도사님께서는 웬 사내가 자정이 넘은 시각에 몽둥이를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문을 두드려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도 그럴만하겠다 여겨 실소가 머금어집니다. 지금에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일입니다. 낯선 이를 청하여 하룻밤 재워주는 일 따위는. 어쩌다 세상인심이 이지경에 이르렀는지 한탄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야기로 돌아와서, 저는 어쩌다 이곳까지 와서 홀로 교회를 운영하시느냐 하는 질문을 하고, 전도사님은 어쩌다 이곳까지 여행을 오느냐 하는 질문과 답을 오가는 중에 속에 따듯한 것이 들어차니 졸음이 밀려왔습니다. 전도사님은 이부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저는 잠에 들었습니다. 무척이나 이불속이 포근했습니다. 이윽고 스르륵 잠에 들며 좌충우돌 땅끝 마을에서의 하루가 끝이 납니다. 돌이켜보건대 이때로부터 10년 뒤에 있을 티베트 어느 산골짜기에서 조난당할 상황을 미리 경험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23년 현재, 우리 사회는 각종 종교의 폐단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어떤 목사는 본인을 메시아라 칭하며 젊고 아름다운 신도들에게 짐승들도 하지 않을 성착취를 하고, 어떤 목사는 자신의 신도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돈과 권력에 대한 탐욕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내 앞에서 속옷을 벗어야 진정한 내 신도라는 불쾌한 발언을 일삼으며 하나님도 본인에게 까불면 자신에게 죽는다는 목사도 있습니다. 교세 확장을 위해서라면 가족들마저도 등을 돌리게끔 세뇌하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술과 도박에 절은 승려들도 있습니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군사 독재정권과 외세에 굴복하여 반민족적인 행위를 일삼으며 교세를 확장했음에도 전혀 반성이 없는 어떤 종교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약한 마음을 현혹하여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교묘한 속임수로 갈취하는 어떤 (종교를 빙자한) 사기와 약탈을 일삼는 무리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 때 기독교인이었던 저는 지금 종교 자체를 매우 혐오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자들을 혐오스럽게 생각한 나머지 하무로 종교지도자란 사람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겨울 오갈 데 없이 떠도는 어린양을, 본인도 경계할 만한 상황임에도 교회 안으로 맞이하고 따듯한 떡국을 끓여주셨던 그때 그 전도사님과 같은 분들이 있어 종교가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하며 어떤 존재감이 있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믿음을 가지신 분들은 교회 건물과 겉만 번지르르하고 웃음의 가면을 쓴 악당들을 믿을 것이 아니라 본인 안의 선함을 믿고 그 선한 마음이 가지는 힘을 믿으셔서 한 인간에 불과한 종교인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삶을 강건하게 유지하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작성하는 글이 대충 이렇습니다. 제 개인 여행기이기도 하거니와 그를 통해 현재 사회를 투영해 보며 어떤 미래로 나아가야 할지 한 번쯤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다소 글이 거칠어질 수도 있습니다. 취할 것이 있다면, 여행기 내용만 취하시고 다른 부분은 걸러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읽는데 불편하셨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최대한 부드럽게 글을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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