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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샅샅이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가짜 샹그릴라에 묻힌 리장고성 방문기)

중국 샹그릴라 현의 대형 마니차와 오색 타르초
크다고 해서 다 좋은건 아니다.(2008)

가짜 샹그릴라는 잘못이 없다.

 중국이 이름 지은 도시 샹그릴라 현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래도 한낱 꿈이었나 싶습니다. 분명 지도를 살펴보았는데 제가 며칠 전에 묵었음직한 곳에 마을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술이 좋아져 지구상 어느 곳의 조그만 건물조차 손가락 하나로 검색하고 사진과 거리를 볼 수 있는 구글지도가 있는데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샹그릴라는 아마도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식 발음으로 금사강이 흐르는 어느 골짜기의 어느 마을, '염정: 소금우물'아라는 지명이 제가 묵었던 그 마을로 추정되었지만 아무래도 그 정확한 위치를 찾을 길이 없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반드시 선물을 사들고 다시 한번 방문하리라 다짐했고, 그간 많은 나라를 돌아보는 동안 한 번도 잊지 않은 곳이지만 어째서인지 15년이 흐르는 동안 한 번도 가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숙제 하나를 남겨두고 있는 셈입니다. 바라건대 꼭 한번 그 마을과 그 가족들을 찾아뵙고 싶습니다.
 
 제가 도착한 이 도시는 예전에는 '중뎬' 현으로 불리다가 2001년 이후에 '샹그릴라' 현으로 개명을 했습니다. 이들이 티베트와 티베트 사람들에게 자행하는 행태를 보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이름입니다. 저 개인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이름을 선점하고 이미지를 왜곡한다고 해서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진실까지 왜곡될 수는 없습니다. 
 
 자꾸 비유해서 안된 일이지만, 가장 가까운 비유로 일본의 한국 식민 통치정책의 하나였던 민족성 말살 정책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샹그릴라는 비록 서양의 소설가에 의해 만들어진 유명한 '미지의 세계'이긴 하지만 사람들 누구나 각자 마음에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천국의 이미지입니다. 이 멋진 '마음속의 해와 달'(샹그릴라: 티베트어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입니다.)을 오직 중국 내 한 도시로 한정시켜 버렸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티베트 문화 관련된 구조물들을 대형화하여 도시 내에 설치한다고 해서 그 도시가 '샹그릴라'가 될 리 없지만, 후대에 이르러 샹그릴라라고 하면 중국의 한 중소도시를 떠올리는 것이 당연시될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쉬운 마음입니다. 애초에 이곳이 샹그릴라일리 없는데 사람들에게 고정된 인식을 심어줄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합니다. 
 
 인간에 의해 명명된 이 도시는 잘못이 없습니다. 다만 알리고 싶은 것은 샹그릴라라고 하는 것은 티베트 문화에서 발원되었고 한 소설가에 의해 유명해졌지만 본질은 우리 인간들의 유토피아일 따름, 결코 중국의 작은 도시가 아님을 재차 강조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천년 도시, 리장고성.

 이번 티베트 여행의 종착지에 거의 다 와갑니다. 윈난성의 성도 쿤밍시에 도착하는 것으로 한 달에 달하는 여정은 끝이 납니다. 쿤밍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윈난성의 중심도시로 사시사철 봄날씨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온화하여 각종 꽃과 나무들이 즐비한 도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인들의 전지훈련지로 제격일 정도로, 도시보다 자연을 더 좋아하는 저로서는 매우 만족스럽게 지낼 만한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몇 년 뒤 이곳 쿤밍에서도 꽤 오랫동안 머물렀던 경험이 있으니 그 이야기는 그때 하는 것으로 하고 리장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이번 티베트 기행문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리장고성은 천년 도시로, 한국의 경주에 비유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풍스러운 옛 건물들의 집합체인 리장 고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계기가 있습니다. 1996년 리장에 규모 7.0에 달하는 지진이 도시의 1/3이나 파괴할 정도의 피해를 입혔는데 목조 건물인 리장 고성만은 멀쩡한 모습으로 지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그렇게 세계의 관심을 얻은 덕분인지 1999년 리장 고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오고 가는 유명한 관광지가 된 것입니다.
 
 저는 한국식 가옥인 한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직접 한옥 건축물을 건설하는 대목수 생활을 얼마간 했던 저로서는 목조 결합식 주택의 견고함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지, 왜 수천 년 역사를 이어온 나라들의 건축물이 위대한 것인지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왜 이곳 리장 고성이 그 험한 지진을 견뎌내었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가 긴 만큼 이곳에는 독특한 문자 체계인 '동파문자'가 있습니다. 어떤 행위나 동식물을 본떠 만든 동파문자는 이곳만의 독특한 문자체계로 얼핏 어린아이의 낙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기자기한 보는 맛이 있습니다. 리장 고성 전역에 걸쳐 이 동파문자를 볼 수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인 만큼 매우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고성의 규모는 10킬로미터에 이를 만큼 방대하지만 잘 꾸며져 있어 이틀정도는 시간을 내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차와 말이 오고 갔던 교역로, 차마고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이곳 리장고성은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나시족의 주요 주거지로 13세기 남송에 의해 조성된 도시로, 밤에는 화려한 조명이 온 고성을 뒤덮어 매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혼자 여행 오면 반드시 사랑에 빠질 사람을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또는 이곳에서 같이 시간을 보낸 이와 반드시 사랑에 빠진다는 설이 있는 곳입니다.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곳임에는 틀림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너무 정형화된 관광지로 변질되어 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티베트에서 차마고도까지의 여정 총정리.

 다소 급하게 마무리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또 산속에서 고립되는 아찔한 일화도 남아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가물가물한 기억의 장벽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기억을 최대한 되살려내어 산속에서 또 고립되었던 일화는 반드시 티베트 여행 외전으로 포스팅하겠습니다. 제 첫 세계일주 스케줄로서 성공이라 자평하는 티베트여행을 총 정리겠습니다.
 
초반부에 티베트 땅으로 여행허가서가 없는 외국인이 무턱대고 입경하는 과정부터 그토록 바라던 라싸에서의 티베트 적응기.
중반부에 이르러 티베트의 현실을 보고 느낀 우리의 역사와의 묘한 동질감.
후반부에 이르러 비로소 찾았던 나의 유토피아에서의 인생을 향한 절묘한 깨달음.
 
이 세줄 요약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나이는 '바로 지금'입니다. 다음에는 없습니다. 물론 기회비용을 생각함으로써 생계수단도 생각해야 하고, 학업도 중지할 수 없고, 삶의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드시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와야 여행이 아닙니다. 등산가방 하나 을러메고 오르는 동네 뒷산조차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추스르며 각자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만큼 더할 나위 없는 여행은 없습니다. 반드시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멋진 해변가를 걷거나 매우 화려한 호텔에 묵는 사진을 SNS로 보면서 절대 부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삶 자체가 한바탕 여행입니다. 
 
 겁 없이 500만 원 들고 배낭여행 세계일주 시도의 처참한 실패 기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자전거 세계일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하루 한 번은 진심으로 재미있는 상황으로 웃을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